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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미 끝난 곳에서 [feat.해갤러11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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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발 물러나 빛나는 화면 앞에 모여든 무리들을 바라보네 그들의 눈은 뜨겁고 손끝은 바쁘네 차트 위에 선을 긋고 보이지 않는 질서를 붙잡으려 애쓰네 그러나 내가 보는 것은 질서가 아니라 같은 장면의 반복이네 이미 끝난 움직임 위에 의미를 덧칠하고 우연을 필연이라 부르며 서로의 확신을 강화하는 의식이네 누군가는 말하네 여긴 지지라 하네 누군가는 답하네 아니다, 여긴 전환이라 하네 그 모든 말들 사이에서 가격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네 그저 흘러가네 그들의 확신과는 무관하게 나는 아네 저 선들이 미래를 가르는 칼이 아니라 과거를 붙잡기 위한 미련한 표시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네 하나의 선이 무너지면 둘을 긋고 둘이 무너지면 더 복잡한 이야기를 덧붙이네 그 과정이 반복될수록 그들의 세계는 더 정교해지고 동시에 현실과는 더 멀어지네 참으로 기묘한 일이네 정확해질수록 틀릴 확률은 더 커지고 확신이 깊어질수록 출구는 더 좁아지네 그들은 시장을 읽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을 배회하고 있네 신기루를 좇는 사막의 행렬처럼 멀리서 보면 빛나고 장엄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아무것도 없는 공기뿐이네 나는 그들을 비웃지 않네 그저 알고 있을 뿐이네 그들이 쫓는 것이 기회가 아니라 견디지 못한 불확실함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그들은 또 하나의 선을 긋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드네 무너질 준비가 된 확신 위에 조용히 올라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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