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황/뉴스

트럼프 관세 반격에 EU '맞불'·中 '관망'...日 '완충' 전략

컨텐츠 정보

본문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15% 일률 관세'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권한 행사에 제한을 가하자, 다른 법적 근거를 동원해 보다 단순하고 강경한 관세 체제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법적 제동과 정치적 공세가 동시에 작동하는 혼돈 속에서,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미국과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 대법원 제동 이후 꺼내든 '15% 글로벌 관세'

미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사실상 상시 관세 권한을 행사해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비상법으로 광범위한 대외 관세 체제를 상시 운영하는 것은 권한 남용에 가깝고, 관세 부과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판결이 나오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새 근거로 삼아, 모든 수입품에 일괄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를 곧바로 1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 등 특정 요건 하에서 최대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으로, 의회가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 종료된다.

즉, 이번 조치는 상시 체제라기보다 단기 충격 요법에 가깝지만 "전 세계 15%"라는 정치적 구호가 주는 상징성과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기존에 고율 관세를 맞아온 국가의 경우 실질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 품목도 있지만, 글로벌 일률 관세는 통관·원산지 행정 혼란을 키워 교역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02230957460610.jpg[AI 일러스트=권지언 기자]

◆ EU, '턴베리 합의' 동결 카드로 맞불

가장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쪽은 EU다.

EU 통상정책 협상 권한은 집행위원회에 있지만, 협정 비준에는 유럽의회 동의가 필수다.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인 베른트 랑게는 미국 측의 명확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 이른바 '턴베리 합의' 비준 절차를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턴베리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스코틀랜드 리조트에서 논의됐다는 점에서 붙은 별칭으로, EU산 제품 상당수에 15% 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EU 관세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정치적 합의로 알려져 있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고율 관세 유지 방침 등을 이유로 "비대칭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프랑스의 장노엘 바로 외무장관도 합의의 효력과 정합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로 기존 관세 조치의 법적 기반이 흔들린 상황에서, 새로 도입된 15% 글로벌 관세가 기존 합의와 양립 가능한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발언을 했을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승인 절차를 동결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유럽의회가 비준 동결이라는 정치·법적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미국의 관세 공세를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의 브레이크로 활용하려는 구도다.

대서양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통상 문제에서는 미국과의 비대칭적 합의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2304190822138310.jpg유럽연합(EU) 이사회 모습 [사진=유럽연합]

◆ 中, 대화 유지하되 선별적 보복 '이중 트랙'

중국은 대법원 판결을 "미국 내 법치의 작동"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하며, 외교적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식 관세 폭주가 미국 내부의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다자주의·규범 질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실물 차원에서는 15% 글로벌 관세가 일부 품목에서 완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추가 보복관세까지 겹쳐 20% 이상 부담하던 일부 품목은 구조 단순화로 명목 세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저가 제조 기반을 토대로 한 가격 경쟁력이 워낙 강한 만큼, 15% 관세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동시에 중국은 희토류·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위안화 환율 운용, 제3국 경유 수출 확대 등 선별적 반격 카드를 갖고 있다. 고위급 대화 채널은 유지하되, 필요 시 선별적 보복과 교역 다변화를 병행하는 '이중 트랙' 전략이 유력하다.

2510301430598430_w.jpg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日, 동맹·투자 레버리지로 '충격 흡수'

일본은 기존 고율 관세 체제 하에서도 자동차·철강 등 주요 품목에 이미 15% 수준의 부담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률 15% 글로벌 관세로의 전환 자체가 당장 추가 충격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언제, 어떤 명분으로 또 다른 관세 카드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그리고 통상 문제와 안보·기술 협력이 뒤섞이는 구조가 고착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대체로 '미국 내 투자 확대'와 '동맹 프리미엄 극대화'로 대응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 현지 생산과 투자 계획을 앞세워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고, 미일 안보·대중 견제 공조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예외 적용이나 부담 경감 조치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공개적인 대치보다는 조용한 협상과 기술·안보 협력 패키지 딜을 선호한다. 일률 관세 체제 아래에서도 TPP 수준의 규범, 양자 협정, 보조금·세제 등 다양한 수단을 엮어, 특정 품목에 대한 실질 부담을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전략은 "동맹을 활용해 충격을 흡수하고,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국과 더 깊이 엮이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쪽에 가깝다.

2602180622206170_w.jpg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제시황/뉴스


핫이슈


회원자유토론


카카오톡 아이콘
👉 즉시, 바로 상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