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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에도 주주환원 확대…상장사들 '밸류업' 보폭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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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극심한 저평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주주가치 제고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기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금 배당을 확대하고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는 등 시장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반면 선제적인 부실 정리에 주력하며 배당 대신 재무 안정과 내실 다지기를 택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실적 방어와 현금흐름 관리에 방점을 찍은 전략으로, 업계 내 재무 기조가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2602271540207990_w.jpg[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저평가 늪' 탈출구는 주주환원…배당 릴레이 이어가나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내 상장 건설사 6곳 가운데 5곳이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을 확대했다.

삼성물산은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800원, 우선주 1주당 2850원을 배당하기로 확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4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늘어난 규모다.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주당 최소 배당금을 2000원으로 유지하겠다는 중장기 정책의 일환이다.

현대건설 역시 배당 규모를 대폭 키웠다.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800원, 우선주 1주당 85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대비 각각 200원씩 올렸다. 배당금 총액은 약 890억원으로 기록해 전년 대비 33.3%급증했다.

DL이앤씨 또한 향후 3년간 연결 기준 순이익의 25퍼센트를 현금으로 배당하겠다는 정책에 따라 보통주 890원, 우선주 940원의 배당을 실시하며 배당 총액을 전년 대비 61.2% 늘린 371억원으로 책정했다.

GS건설은 최근 보통주 1주당 500원의 결산배당을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 12조4504억원, 순이익 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 64.6% 줄었으나 배당금 총액을 67%(255억원→424억원) 늘린 것이다. 중장기 배당정책을 전격 수정해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배당 성향을 20%에서 25%로 확대한 영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고배당 기업 요건을 준수하고 주주 환원 강화를 위해 배당정책을 변경했다"며 "앞으로도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자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두고 배당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와 동일한 70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배당금 총액은 439억원으로, 지난해(449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실질적인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또 다른 형태의 밸류업 정책을 병해 주식의 희소가치를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코스피 건설업 지수에 속한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부분 0.5배를 밑돌고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가진 순자산가치보다 현재 주식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의미다. 최근 건설업 전체 평균 PBR 역시 0.35배에서 0.43배 구간을 맴도는 등 국내 증시 전 업종 중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건설주가 이처럼 만년 저평가의 늪에 빠진 핵심 원인으로는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여기에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시장의 짙은 우려가 더해지면서 재무제표 상의 자산 가치를 온전히 신뢰받지 못하는 점도 주가 하락을 강하게 부추겼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기조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배당 유지 및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저평가 방어를 시도 중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건설은 사이클 산업이기에 업황이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서의 의미 있는 주주환원은 기업 가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부 상장사 밸류업 정책 드라이브에…무배당 기업 '고심'

다른 건설사들이 곳간을 열어 주주 달래기에 나선 반면, 당장의 생존과 재무 내실 다지기에 사활을 건 건설사도 있다.지난 2009년부터 무배당 기조를 이어온 대우건설은 올해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전망이다. 2010년 과거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선 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했고, 2022년 중흥그룹 인수 후에는 부채비율 100%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배당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배당보다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재무 건전성 확보가 훨씬 시급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우건설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8154억원, 당기순손실 9161억원의 실적을 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관련 대손충당금 5494억원과 해외 프로젝트 현장 추가 원가 6604억원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이른바 '빅배스'를 과감하게 단행해서다. 자본총계는 2024년 4조3341억원에서 2025년 3조4746억원으로 1년 새 약 1조원 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부채 감소 및 유동성 확보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향후 수익성이 개선되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다각도로 검토 후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건설업계를 포함한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및 주주환원 기조는 한층 강력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 차원에서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를 법과 제도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는 기업이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전량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제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기업의 전체 유통 주식 수가 영구적으로 줄어들면서 남아있는 주식의 1주당 가치와 주가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기업들도 대다수 수용하고, 국민도 주주도 환영하는 개혁 입법"이라며 강한 기대감과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는 실제 기업가치 상승과 직결될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은 내부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기보다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 김선임 한국은행 차장은 "일반 주주의 권익이 강화될수록 경영진이 잉여 자금을 외부에 배당하는 반면, 감시 체계가 느슨할수록 경영자 재량으로 사용하기 쉬운 현금을 내부에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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