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두발언만 공개…닫힌 세종 회의실서 정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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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수용 기자 = 경제부 기자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부처 일정 정리다. 세종에 있는 각 부처의 주간 일정표에는 회의와 간담회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주간 보도계획에는 간담회와 회의, 업무협약, 자문단 발족식 등 다양한 정책 행사로 가득하다. 겉으로 보면 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논의 내용은 행사 전 인사말인 '모두발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장관이나 차관, 혹은 실무자들이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몇 줄의 발언만 공개하고 그 뒤 이어지는 회의는 대부분 비공개다. 문이 닫히는 순간 정책 논의 과정도 함께 가려진다. 기후부 자체 기자단인 소셜기자단 발대식도 비공개 행사였다. 장관의 기업이나 지역 현장 방문조차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신수용 경제부 기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중요 일정에서도 이런 장면은 반복됐다. 국가 차원의 전략인 녹색전환(GX·Green Transformation)추진단 실무작업반과 핵 폐기물 처리를 논의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고준위위) 첫 회의 개최 등 주요 정책 논의가 시작됐지만 모두발언 외에는 모두 비공개였다. 실제 회의에서 어떤 쟁점이 오가고 전문가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기후부가 관장하는 정책 범위가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다. 에너지 정책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관되면서 기후부는 환경 정책을 넘어 전력과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등 핵심 정책까지 함께 다루는 부처가 됐다. 정책 하나가 산업계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졌다.
정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책 형성 과정도 중요하다.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이 어떤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행사를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일수록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일정 수준의 비공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책 조율 과정에서 민감한 내용이 오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정책 설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기조가 강조되는 만큼 기업과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과 주요 쟁점의 논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전국에서 세종 부처로 찾아와 의견을 전달하는 산업계·학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또 어떤 지점에서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의견 충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발언'만 공개되는 관행은 비단 기후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에 있는 주요 부처들은 대한민국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의제를 다루지만 비공개 행사를 택한다. 정책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의사결정 과정 역시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닫힌 회의실 안에서 만들어지는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기록되고 공유되는 정책 설계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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