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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시험장에 들어온 AI, 교육은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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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장에서 직접 착용해 본 인공지능(AI) 안경은 어느 정도 인상적이었다. 앞에 선 외국인이 말을 꺼내자마자 렌즈 위에 녹색 글자로 번역 자막이 흘러내렸다.

수많은 첨단 기기가 쏟아지는 CES였지만, 그 안경만큼 '일상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 제품이었다. 다만 통역 품질 자체는 완벽하지는 않았다. 현장의 소음과 빠른 발화 속도를 완벽히 따라잡기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영상을 접하고 상당한 성장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안경이 이번엔 시험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챗지피티(ChatGPT)와 연동해 문제 답을 렌즈에 띄워주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2512021742570410.jpg이경태 CTO [사진=뉴스핌DB] 2025.12.02 [email protected]

하드웨어는 수험생의 눈앞에 붙어 있고, 소프트웨어는 통신을 통해 제공되니 시험 감독관이 육안으로 부정행위를 잡아낼 방도가 마땅치 않다. '잔머리'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술이 늘 그렇듯, 선의와 악의는 같은 도구를 함께 탄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AI 글래스의 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연동할 수 있는 AI 모델의 성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영상에서 해설은 이 사태의 해결방안으로 '감독 강화'를 제시했다. 안경 착용 금지, 전자기기 탐지기 도입 같은 해법이 거론됐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뭔가 본질을 비껴간 느낌이다. 지금의 시험 체계는 기본적으로 '정보 접근을 차단'한 상태에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구조다. AI는 그 전제를 무너뜨린다. 막는 쪽은 계속 뒤를 쫓고, 뚫는 쪽은 계속 앞서간다. 군비경쟁처럼 끝이 없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모든 정보를 즉각 제공하는 세상에서 '정보를 얼마나 암기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이 여전히 유효한가.

구글이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때는 검색하는 행위 자체가 시험장에서 눈에 보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다르다. AI는 안경 렌즈 위에 조용히,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착용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가 이미 온 것이다.

얼마 전 AI 관련 정부 기자회견 자리에서 첫 질문을 대학 문제로 꺼냈다. AI 시대에 대학 교육, 특히 교수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초·중·고 입시에 AI를 반영하겠다는 청사진은 나왔지만, 대학과 교수에 대한 구체적 그림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은 'AI 교육 반영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는 교수가 있다'는 사례를 꺼내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교수 사회의 저항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저항 뒤에 있는 공포, 즉 '내가 가르쳐온 것들이 AI로 대체되면 나는 무엇인가'라는 실존적 불안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불안을 외면한 채 위에서 청사진만 그려봤자,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책은 숫자로 만들어지지만, 교육은 사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AI 안경으로 시험을 보는 행위를 막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런 짓이 의미 없게 만드는 교육을 설계하는 일이다.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보다 그것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시험과 수업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런 평가 방식에서는 AI 안경이 있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AI가 잘하는 건 답을 내놓는 것이지, 왜 그 답이 옳은지를 따지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입시 체계와 교원 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AI가 이미 시험장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사진을 공개하기 전에 먼저 현장 교사와 교수들에게 물어야 한다. '어떻게 바꿔드릴까요'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가장 두려우십니까'부터 물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 왔고, 교육은 아직 문 앞에 서 있다. 문을 열 것인지 잠글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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