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③'삼국삼색' 중국-일본-유럽의 AI 주권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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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과 유럽, 일본은 이른바 'AI 주권(소버린 AI)' 확보를 위해 각자의 상황에 최적화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완전 자립', 유럽은 '규범 주도', 일본은 '중재자' 전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저마다의 지정학적 위치와 보유 자원을 지렛대 삼아 AI 기술의 외부 종속화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들 주요국이 AI 주권 보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사실상 1강 자리를 구축한 상황에서 안보와 행정 서비스 강화에 필수적인 AI 기술을 전적으로 타국에 의존할 경우 자칫 국가 주권이 제약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AI 인프라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총 약 70%, AI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약 80%의 점유율을 쥐고 있다. 모두 미국 기업이다.
[소버린 AI] 글싣는 순서
1. "현장에 답 있다"…네이버 출신 하정우, AI 국가 전략 총괄
2. 李 공약 '100조 투자' 어떻게…재원 마련 난항
3. '삼국삼색' 중국-일본-유럽의 AI 주권 전략은
4. 국산 AI 누가 쓰나…네카오-대기업의 AI 전략은
5. 한국의 'AI 주권'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중국은 자급자족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라는 직접적인 위협에 맞서 반도체·모델·인프라 전체를 국산화하는 '제로의존' 전략을 내걸었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 수출의 제한 강도를 높이면서 외부 의존도를 끊어내지 않으면 기술 발전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의 제로의존 전략은 단순한 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 AI 세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아가 국가의 안정적 운영과 번영을 위한 필수 선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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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콘퍼런스(2023년 7월)에서 어린이가 러쥐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블룸버그통신] |
해당 전략은 당·국가 주도의 중앙집권 체제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시행되고 있다. 거대한 자금 지원과 장기 목표 설정, 세제 혜택이라는 '삼각축'이 중심이다.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 2014년 처음 1387억달러로 설정된 뒤 작년 5월 3차 기금에서는 그 규모가 3440억위안으로 대폭 커졌다. 초기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에 집중됐던 해당 기금의 지원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분야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 세계 AI 혁신의 중심'이라는 큰 목표를 세워놓고 중간 단계 목표를 완수해 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로 2023년 '고품질 컴퓨팅파워 인프라 개발 행동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국가 연산능력 총량 300 ELOPS(1ELOPS는 1초에 100경번 연산) 달성의 목표를 세웠고 올해까지 AI 핵심 산업 규모를 4000억위안 이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목표 달성에 따라 국책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도록 하는 성과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유럽은 규범 선점
유럽연합(EU)은 AI 규범을 선점한 뒤 이를 토대로 자율성을 확보하는 소위 '규범 주도형 접근'을 택했다. EU가 보유한 '거대한 단일 시장과 강력한 규제 권한'이라는 독특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EU는 미국에 비해 자체 빅테크 기업은 부족하지만 약 4억5000명의 인구가 있는 통합 시장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이 유럽 기준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일명 '브뤼셀 이펙트(EU의 규제와 기준이 세계적으로 확산해 글로벌 표준이 되는 현상)'를 십분 활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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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 유럽위원회 건물 앞에 걸린 유럽연합(EU) 깃발들 [사진=블룸버그통신] |
2021년 최초로 제안된 뒤 3년여 동안 회원국과의 치밀한 협상을 거쳐 제정(2024년 8월)된 'AI Act'가 대표적인 예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해 개발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을 규제하는 종합적인 법적 프레임이다. 113개의 조항과 함께 금지된 관행 위반 시 최대 3500만유로 또는 글로벌 연간 매출액의 7% 중 높은 금액이 부과되는 강력한 집행력을 갖는다.
이렇게 규제를 선점한 EU는 이른바 'AI 대륙 액션플랜'을 통해 인프라 자립도 역시 높이려고 한다. 올해 4월 발표된 이 정책은 EU 전역에 AI 팩토리(데이터센터와 결합한 일종의 중간급 규모의 AI 개발단지) 최소 13곳과 기가팩토리(대형 단지) 최대 5곳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AI 투자에 총 2000억유로를 동원하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미국 빅테크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완결형 AI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일본은 중재자
일본은 글로벌 AI 블록 간 '조정자' 역할을 통해 독자적인 입김을 행사하려 한다. 당장은 자국 시장과 기업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글로벌 AI 블록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수행, 어느 한 쪽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경우 직접적인 통제력은 작아도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클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소버린 AI 개념을 '소유'에서 '영향력'으로, '자립'에서 '자율성'으로 변환시킨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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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열린 'AI를 통한 비즈니스 변혁 콘퍼런스'에서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우)와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일본은 '히로시마 AI 프로세스(2023년 일본이 G7 의장국으로서 출범시킨 AI 거버넌스 협력체)'와 같은 다자협의체를 주도해 미국·EU·중국 규제들 사이에서 상호운용 기준을 설계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이를 통해 자체적인 강력한 규범이나 완전한 기술 자립 없이도 세계 AI 질서 형성 과정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겠다는 거다. 소프트-로(Soft-Law;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안내) 방식을 통해 어느 블록의 기업이든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AI를 시험·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AI 생태계 안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하드웨어 분야에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과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NEDO) 기구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8개 일본 주요 기업이 출자한 라피더스(Rapidus)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라피더스라는 회사를 통해 2027년까지 2나노미터 공정의 AI 연산용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IBM의 2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대 제조회사인 대만의 TSMC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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