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손익계산] ④ 안갯속 3500억달러 대미 투자…'암초' or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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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미국과 협상 끝에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합의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타결한 한미 무역협상 결과에 따른 조치로, 약 487조원 수준이다. 이로써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하향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조정된 관세율은 8월 7일부터 시행된다. 3500억달러 투자는 1500억달러 규모 조선업 협력을 약속한 '마스가' 펀드와 2000억달러 규모 전략산업 투자 펀드로 구성됐다.
◆ 타결 핵심 카드 '마스가' 프로젝트…전략산업도 "日보다 안전"
3일 정부에 따르면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펀드 규모에 해당한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이번 협상 타결의 핵심 카드로 작용한 바 있다.
구체적인 협력 방식에 대한 추가 협의가 남았지만,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마스가 펀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조선소를 짓거나 인수할 때 자금을 지원하고, 보험 가입 및 대출과 보증 등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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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을 포괄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된다"고 표현한 바 있다.
남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핵심 광물 등 전략산업 투자 펀드 규모다. 대부분 직접 투자가 아닌 보증 및 대출 등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의 5500억달러 투자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나, 협업할 분야를 제한해 일본보다 훨씬 안전하게 구성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보증이 가장 많고 다음이 대출이며 직접투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펀드는 에프티론(한도대출), 개런티(보증) 등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 구조로 비망록에 정리해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보증하는 안전한 분야에 투자하고, 산업적으로 합리적인 분야에 한다는 표현이 일본 펀드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구 부총리도 앞서 협상 타결 직후 워싱턴D.C. 현지에서 연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대미 금융 패키지(2000억 달러 투자 펀드)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투자 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 쓸지 결정하면 (운용이) 좌우된다"며 "우리와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해 일본에 비해 36% 규모로 합의한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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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25 [email protected]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우리 산업이 필요한 분야인 반도체·배터리·원자력·핵심 광물에 한정해 투자하기로 했다"며 펀드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미국 측 발표에는 "미국이 수익을 가져가는 게 아닌 미국에 재투자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를 통한 투자 계획에 대해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전략산업 공급망) 2000억달러 펀드는 일본보다 훨씬 구체적"이라고 봤다. 허 교수는 "투자 방식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투자하는 경우와 우리가 돈을 대고 미국 기업이 투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 방식은 전자에 더 무게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우리 정부가 여러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투자 규모는 정부와 민간을 합친 규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부 조율 남았다…"선순환 구조 만드는 게 중요…美와 수익분배 디테일 협의"
앞으로 관건은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정하는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큰 틀의 합의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운용 방안이나 재원 마련 방법 등 세부 내용은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 약 2주 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 설정도 숙제로 남아 있다.
허 교수는 이번 대미 투자의 목표에 대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등 미국이 잘하는 분야에 투자한다면 (같은 금액을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반도체, 2차전지, AI 등 첨단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마련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지원 과정에 해당 기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구체적인 협상 단계에서 미국이 레버리지를 더 많이 가지려는 경우 한국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거부권이 있는지, 얼마나 선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등 세부 사항을 확정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조금 더 클레임(주장)을 세게 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 분배 방향에 대해서도 허 교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이지, 미국 내에만 수익을 재투자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로 일부 가져올 수 있는 건지 등 디테일에 대해 미국에서 받아낼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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