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하는 경영의 시대"...日 기린, 'AI 임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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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의 대표적인 식음료 기업 기린홀딩스가 최근 그룹 경영전략회의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상 임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논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은 이 AI 임원은 단순한 조력자 수준을 넘어선 '가상의 전문가 집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린이 지난달부터 도입한 이 시스템의 이름은 '코어 메이트(Core Mate)'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제공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12명의 AI 인격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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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요코하마 공장에서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지난 10년간 회의록까지 학습
마케팅, 법무, 재무,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핵심 부문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서 핵심 이슈를 정리하고 제언까지 수행한다.
가령 ESG 분야의 AI 임원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원료 조달 전략, 수자원 리스크 관리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해당 발언은 최근의 산업 트렌드나 외부 리스크 요소에 기반해 생성된 것으로, 회의 참석자들에게 생각하지 못했던 논점을 던지며 논의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기린의 AI 임원은 단순히 사전 학습된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열린 이사회 및 전략 회의의 의사록과 내부 문서, 외부 시장 동향, 관련 연구 결과 등을 통합적으로 학습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정보 제공 수준이 아닌, 회사 내부 맥락에 맞는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린은 이를 위해 사내 데이터를 안전하게 학습시키는 클로즈드 환경을 구성하고, AI가 실시간 회의 맥락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각화와 대화형 기능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 "직감 아닌 데이터로 판단"
기린이 AI 임원을 도입한 배경에는 변화가 빠른 시장 환경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과거에는 경영 판단이 간부들의 경험과 직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축적된 데이터와 외부 정보를 토대로 더욱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린홀딩스 디지털전략부문은 "경험과 직감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위험 요소나 기회를 AI 임원이 보완해준다"며 "다양한 시각을 빠르게 확인하고, 임원들 간의 논의를 보다 생산적으로 유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AI 임원은 연간 30회 이상 열리는 그룹 전략회의에 시범 도입됐으며, 향후에는 이사회 및 자회사 회의 등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실시간 의사결정 시각화, 사내 각 부문과의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 AI와 함께 하는 경영의 시대
기린의 시도는 단순히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 수준을 넘어선다. 핵심 경영 판단에 AI를 '제3의 시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기존 사고방식의 틀을 깨려는 실험에 가깝다.
특히 인간 임원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AI가 보완하고, 특정 안건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경영진 간의 토론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AI가 의사 결정을 직접 내리거나 최종 판단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AI 임원이 실제 사람처럼 의견을 제시하고 자료를 요약·가공하면서, 기존 회의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린의 사례는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X)의 일환으로 AI를 어떻게 경영에 접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효율성이나 자동화가 주된 목표였다면, 이제는 경영 판단 자체에 AI를 동등한 파트너처럼 끌어들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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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손정의 소트프뱅크그룹 회장.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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