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27년 만에 대수술…SOC 기준 2배 상향·인구감소지역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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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대형 재정사업의 사전 관문인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27년 만에 큰 폭으로 바뀐다. 정부는 기존 '재정 통제 장치'에서 '전략적 투자 지원 제도'로 역할을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은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되고, 인구감소지역 사업에는 지역균형 가중치가 더해진다. 경제성 중심이던 평가 체계도 지역 성장 잠재력과 국가 전략 과제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예타 제도 개편 및 운영방안 [자료=재정경제부] 2026.03.10 [email protected] ◆ '지역균형' 방점…가중치 상향·미래 잠재력 평가 도입
재정경제부는 10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예타 제도 개편 및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예타는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1064개 사업(551조7000억원)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382개 사업(209조3000억원)을 걸러내며 재정 낭비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 도입 전 부처 자체 타당성 조사 통과율이 9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예타 도입 이후 통과율은 64.1%로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
다만 그동안 지역균형발전 효과나 기후 대응 등의 비계량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가 아젠다 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도 1~2년에 이르는 조사 기간 탓에 제때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에 계량화된 경제성과 비계량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다시 찾기 위해 이번 개편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 방향은 예타의 역할을 기존 '방어적 재정 지킴이'에서 '전략적 재정 운용자'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균형성장 투자 유도 ▲국가 아젠다 추진 지원 ▲사업 추진 지원 강화 등 세 축으로 제도를 손질한다.
개편방향에 따른 비수도권 가중치 비교 [자료=재정경제부] 2026.03.10 [email protected] 먼저 균형성장을 위해 비수도권 가운데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구 사업은 경제성 가중치를 5%포인트(p) 낮추고, 지역균형 가중치를 5%p 높인다. 수도권 사업에도 경제성 가중치를 5%p 낮추는 대신 5% 이내 범위에서 균형성장 평가 항목을 새로 둔다. 수도권 안에서도 낙후 지역과 비낙후 지역 간 격차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의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균형성장 효과'로 확대 개편한다. 지금까지는 낙후도 개선효과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정량지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 특수성과 미래 성장잠재력 등의 정성 평가도 함께 반영한다. 정부는 지역의 역사·문화·관광 자원과 지속적 방문 수요 창출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 지역이 얼마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도입 예정인 균형성장 영향평가와 예타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당 평가에서 일정 기준 이상을 받은 사업은 예타 대상 우선 선정이나 면제 검토 과정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사업계획의 구체성과 국고지원 요건을 충족하면 예타 선정 과정에서 일부 요건을 갈음할 수 있고, 사전타당성조사 결과 등이 충분한 시급한 사업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 아젠다 대응 강화를 위해서는 '사업 맞춤형 정책효과 평가'를 도입한다. 기존 정책성 평가는 SOC 사업 중심으로 설계돼 사회적 가치 중심 항목에 치우쳐 있었고, 이로 인해 사회·문화·산업 분야 사업의 특수한 목적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는 각 부처가 사업 목적에 맞춰 경제·사회·환경적 파급효과를 자율적으로 제시하고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정보화 예타 개편안 [자료=재정경제부] 2026.03.10 [email protected]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정보화 사업의 예타 방식도 바뀐다. 정부는 의사결정 고도화 등의 편익은 정량화가 어려워 기존 비용편익분석(B/C)만으로는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비용효과분석(E/C)을 기본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전검토 결과를 최대한 활용해 예타 기간도 9개월에서 6개월로 줄인다. 타당성 유무만 가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원안 추진과 조건부 추진, 재기획 필요 여부까지 제시하는 '진단형 평가'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경제성 분석에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편익도 반영된다. 정부는 오염저감 편익 항목에 황산화물(SOx), 암모니아(NH3), 비배기·비산먼지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교통사고 피해 비용 현실화와 지하도로 상부 개발효과 등 새로운 편익도 반영 대상이다.
◆ 예타 기준 500억→1000억 상향…'사업 계획 적절성' 신설
사업 추진 지원에 관해서는 SOC 예타 대상 기준을 상향한다. 현재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 300억원 이상 사업이 예타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총사업비 1000억원, 국비 500억원 이상으로 오른다. 현행 기준이 지난 1999년 제도 도입 때부터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27년 만에 손질되는 셈이다.
정부는 그 배경으로 급등한 공사비와 사업 규모를 들었다. 예타 신청 SOC 사업 평균 금액은 2005~2009년 4894억원에서 2020~2024년 9874억원으로 101.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건축사업 평균 금액은 2293억원에서 2399억원으로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10년간 SOC 예타 대상 사업 중 1000억원 미만 사업은 158건 중 17건으로 10.8% 수준이다.
이에 따라 1000억원 미만 SOC 사업은 주무부처 자체 타당성 검토를 거쳐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1000억원 미만 사업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이번 조치가 예타를 대폭 완화한다기보다 변화한 사업비 수준을 반영해 제도를 현실화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노후 시스템과 장비를 단순 교체하는 사업은 예타를 면제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대신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신·구 시스템 비용 비교분석을 하도록 했다.
사업 추진 여건 및 준비 정도에 대한 평가 내용 개편 예시 [자료=재정경제부] 2026.03.10 [email protected] '사업계획 적절성' 평가 항목도 새로 만들어 조사가 실시된다. 구체적으로 ▲운영계획의 적절성 ▲사업주체의 재원조달 가능성 ▲연계 교통 활용 계획 ▲콘텐츠·서비스 개발계획 등을 평가해 실제 사업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지 보겠다는 취지다.
교통시설 사업의 분석기준도 손본다. 정부는 장래 교통수요 데이터 구축 범위를 오는 2050년 이후까지 넓히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이를 토대로 도로·철도사업의 경제성 분석기간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발주 사례와 공사 여건을 반영해 공사비 단가 기준도 최신화하고, 사업 유형별 공종 항목도 보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예타 전 과정에 컨설팅을 도입한다. 미선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기존의 제한적 대안 검토를 넘어 최적 규모와 형식까지 적극 검토하도록 의무화한다. 민간 전문가 컨설팅단을 신설하고,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연구원에 한정된 조사기관도 재정정보원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오는 5월까지 관련 지침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마치고, 항목별로 올해 예타 선정 사업부터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 가중치 상향과 균형성장 평가 신설, 맞춤형 정책효과 평가, 정보화 평가방식 개편 등은 올해 3차 선정 사업부터 적용된다. 경제성 분석의 신규 편익 반영은 오는 6월까지 검토하고, 컨설팅단은 올해 시범 도입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예타 기준 개편은 그동안 국회와 정부에서 기준 상향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최근 공사비 상승과 사업 규모 확대 등 경제·사회 여건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현실화한 것"이라며 "예타를 완화하기보다는 지역 균형과 국가 전략 과제를 반영해 재정 투자의 전략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예타 제도 개편 및 운영방안 [자료=재정경제부] 2026.03.10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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