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300년 미스터리 풀렸다…포항공대, 액체-액체 임계점 세계 최초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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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경환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이 물의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27일 밝혔다.
인류가 수백 년간 풀지 못했던 물의 가장 깊은 비밀이 국내 연구진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 끝에 마침내 밝혀졌다. 이번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27일 게재됐다.
물은 가장 중요한 물질이자 인류가 가장 오래 연구해 온 대상 중 하나지만, 여전히 가장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물질로 꼽힌다. 일반적인 액체는 얼기 직전까지 온도가 낮아질수록 무거워지지만, 물은 4℃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그보다 차가워지면 오히려 가벼워진다. 이 때문에 겨울에도 강이나 호수의 표면만 얼고 아래쪽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남아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왜 물이 다른 액체와 다르게 이러한 특징을 가지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활용해 관측된 액체-액체 임계점이 존재한다는 실험적 증거에 대한 모식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6.03.27 [email protected]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은 물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이라는 두 종류의 액체상으로 공존하며, 특정 온도(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구분이 사라져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물이 된다는 가정이다. 학계에서는 이 임계점이 영하 40℃에서 영하 70℃ 사이의 극저온 영역에 존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물은 영하 40℃ 이하로 내려가면 매우 빠르게 얼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도 실험을 통해 임계점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수십 년 동안 학계의 논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10조분의 1초 단위로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를 활용했다. 높은 압력에서 제조된 비정질 얼음을 적외선 레이저로 가열해 영하 70℃에서 영하 60℃까지의 얼지 않은 상태의 물을 만들었고, 강력한 X선으로 물분자의 구조를 관찰했다. 그 결과 온도가 낮을 때는 두 종류의 액체 물이 구분되어 존재하지만 영하 60℃ 이상에서는 두 종류의 물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핵심은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있다. 이전에는 비정질 얼음을 가열하는 데 사용하는 레이저의 세기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레이저의 비선형적 효과에 의해 더 높은 온도의 물을 만들 수 없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적외선 레이저를 동시에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극저온 물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향후 유사한 극한 조건의 물질 연구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미 2017년에 영하 45℃까지 얼지 않은 물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으며, 2020년에는 영하 70℃까지 관측 범위를 넓혀 사이언스지에 두 차례 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물의 온도와 압력에 따른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며 끈질기게 연구를 이어온 끝에 임계점 관측에 성공했다. 이 성과가 다시 한번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면서 전 세계에 연구팀의 집념과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성과의 의의는 단순히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을 넘어선다. 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의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구축될 보다 정확한 물의 상태 방정식은 물의 물리적 성질이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기초·응용 연구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은 기후 변화, 생체분자 및 생명현상, 다양한 화학 반응의 용매 환경 등 광범위한 연구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물의 특성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진전은 여러 분야의 예측과 해석을 정교화하고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환 교수는 "물의 특별한 성질과 '액체-액체 임계점'을 둘러싼 오랜 세월 동안의 학계 논쟁이 마침내 매듭 지어졌다"며 "이번 발견은 생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 현상에서 물이 갖는 필수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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