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그림, 창작자 인정 여부 "노동 vs 유인"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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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왔다. Midjourney, DALL·E, Stable Diffusion 같은 AI 툴은 이미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전통 화가나 디자이너의 작품에 맞먹는 수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AI가 만든 작품 Théâtre D'opéra Spatial이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을 차지했을 때, 상금은 고작 300달러였지만 파장은 그 이상이었다.
"AI도 창작자인가?"라는 철학·법률·사회적 논쟁의 불씨가 붙은 것이다. 우리가 저작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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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인 교수 |
첫째, '노동이론'은 창작은 정신적·육체적 노동의 결과이므로 그 대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유인이론'은 창작물 보호가 사회와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경우에만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법원은 대체로 유인이론에 가깝다. 창작성이 낮으면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AI 그림은 단순히 기계가 찍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프롬프트를 고안하고, 구성과 스타일을 설계하는 '정신적 노동'이 개입된다면,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AI 아트의 등장은 미술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누구나 AI 툴을 이용해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디지털 아트 시장의 문턱은 낮아졌다. 이는 전통 미술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작품 다양성과 대중 접근성을 높여 오히려 전통 시장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또한 AI 아트는 NFT, 광고, 게임 디자인, 영화 배경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다만 전통 예술인의 생계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저작물 발전기금' 같은 재분배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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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2025.04.28 [email protected] |
미국은 '인간의 창작성'을 저작권의 필수 요건으로 본다. 인간이 결과물을 통제·편집·수정한 부분만 보호하며, AI가 전적으로 만든 이미지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반면 중국은 AI 생성물도 일정한 인간의 개입이 있으면 저작권을 인정한다. 프랑스·독일 등 대륙법계는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야 보호하며, 기계적 산출물은 배제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AI 산출물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저작권 등록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그러나 이는 급성장 중인 AI 산업 환경에 맞지 않는다.
해법은 AI 보조 창작물은 인간이 창작 과정에 본질적으로 개입한 경우, 일반 저작물로 보호하고 AI 독립 창작물은 인간 개입 없이 AI가 만든 경우,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권리처럼 공표 시점부터 5년간 한시적 보호하는 등 새로운 질서가 논의되야 한다. 이렇게 구분하면 전통 예술과 디지털 아트 시장이 균형을 찾을 수 있고, AI 창작기술 산업에도 안정성을 줄 수 있다.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유럽연합·일본은 이미 TDM(Text and Data Mining) 규정을 도입해, 일정 조건에서 저작물 학습을 허용한다. 일본은 영리·비영리를 불문하고 전면 허용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TDM 제도에 대한 도입이 수차례 논의되었으나 결국 부작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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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비텍 공식 홈페이지] 중국 유비텍(優必選∙유비쉬안∙UBTECH, 9880.HK)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Walker) S2' |
그러나 AI 기업이 '법적 불안정' 없이 AI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을까? AI는 이미 시대적 흐름이고 공존을 위한 법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AI 창작물에 대한 논의는 '위협'이 아니라 '가능성'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창작성 판단을 인간 중심에서만 보지 말고, AI 보조, 독립 창작물로 구분해 보호 수준을 달리하여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보는 형평성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해 TDM 규정을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도입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전통 예술계 지원을 위한 재분배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력해 더 풍부한 창작 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은 바로 저작권법의 개혁이다. 기술을 막는 대신, 사회와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법의 그물'을 촘촘하게 짜야 할 때다. 오직 기술을 위협이 아닌 가능성으로 보는 시각이, 예술과 산업의 공존을 여는 열쇠다.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으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법을 전문 연구하는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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