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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란봉투법 첫 사례...KB국민은행, 하청 노동자에도 '5일 휴가' 보장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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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KB국민은행이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금융권 최초로 하청 콜센터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휴식 및 휴가를 직접 챙기기로 했다. 내년부터 원청과 하청 직원간의 교섭이 가능해지는만큼 선제적으로 처우개선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전체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어 KB국민은행의 이번 결정이 상당한 파장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주 용역업체(하청) 및 콜센터 노동자들과 처우개선 간담회를 개최하고 일일 기준 1시간의 휴식시간(점심시간 제외)과 연간 최대 5일의 '감정노동휴가'를 제공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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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09.23 [email protected]

시중은행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휴가 제공 등 근무환경 조건을 직접 보장하는 건 이번이 금융권 최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하청법상 하청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조성(근로계약)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구체적인 처우개선에 개입하는 걸 피해왔다.

이번 결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통과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6개월 뒤인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처우개선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 사실상 직접 교섭이 시작되는만큼 선제적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그간 하청 노동자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지난해 11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재로 원청과 하청, 콜센터 노동자간의 3자 '상생협약'을 맺은 이후 올해 3월부터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임금현실화(인상)와 정상적인 상여 시스템 구축, 연월차 보장, 근무환경 개선 등을 논의해왔다.

지난달에는 노란봉투법 통과 및 이재명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강화 등에 부합하기 위해 콜센터를 통해 대출 원금 또는 약정이자를 상환(출금) 처리하는 '대출상환' 업무를 중단하기도 했다. 고객 중요 정보를 활용하는 이른바 '본질적 업무'는 은행이 직접 수행하고 감독하라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다.

KB국민은행이 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및 본질적 업무 가이드라인 준수에 이어 휴식시간 및 감정노동연차까지 직접 보장함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하청 콜센터를 운영중인 다른 시중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내 16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기준 총 6686명 규모의 콜센터 직원을 고용했지만 이중 정규직 비율은 1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4232명 중 355명를 제외한 92%를 모두 하청으로 운용중이다. 매년 콜센터 처우개선 요구가 주요 시중은행에 집중된 이유다.

금융권 최대 규모인 950명을 모두 하청으로 고용한 KB국민은행이 그간 은행권에서 외면하고 있던 하청 노동자 처우개선을 직접 보장함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도 비슷한 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을 넘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신한·현대·KB국민·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등 전업카드사 8곳에서만 6000명이 넘는 외주 콜센터 인력을 고용중인 것으로 알져진 카드업권이 대표적이다.

내년 3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업권을 막론하고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 처우개선 요구를 할 수 있는만큼 올해부터 선제적으로 협의에 나서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생협약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대화를 이어간 끝에 최근 의미있는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콜센터 관계자는 "일 1시간의 휴식시간과 연간 5일의 감정노동연차는 모두 KB국민은행이 직접 보장한 사안이다. 하청을 통한 권고가 아닌 원청이 직접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휴식 및 휴가가 빠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원청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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