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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읽는 경제] 이란 붕괴가 촉발한 리스크…韓 '제재 완화·중동 불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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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이란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정치 불안을 넘어 경제 시스템 붕괴 신호로 번지고 있다. 통화 가치 폭락과 고물가, 보조금 개혁 실패, 원유 의존 구조 등이 겹치며 경제 전반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 여부에 따라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제재 체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역시 '제재 완화 시 기회'와 '중동 불안 재확산 리스크'를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02191057226730.jpg[AI 일러스트=김기랑 기자] 2026.02.19 [email protected]

◆ 리알화 56% 폭락…'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지난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이란 반정부 시위의 경제적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지난해 12월 28일 테헤란 시장 상인들의 파업에서 시작됐다. 출발점은 경제 문제였지만, 불과 수주 만에 체제 전반을 겨냥한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통화 가치 붕괴였다. 지난해 12월 비공식 환율은 달러당 142만리알까지 치솟았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약 56% 하락한 수준이다. 공식 환율(약 136만리알)과 시장 환율 간 괴리도 확대되면서 환율 체계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환율 급등은 곧장 물가로 전이됐다. 이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인플레이션은 42.2%,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52.6%에 달했다. 보고서는 2020년대 들어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50%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한다. 고물가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상시화된 상태였다는 의미다.

2602191057507250.jpg이란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및 외환 보유액 추이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6.02.19 [email protected]

여기에 이란 정부의 보조금 개혁이 겹쳤다. 지난해 12월 이란 정부는 3단계 연료 가격 체계를 도입하며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최대 5만리알까지 인상했다. 기존 월 할당량을 초과하는 소비자에게는 고가가 적용되는 구조다. 에너지 보조금이 연간 약 30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생계비 압박을 체감하는 서민층에는 직격탄이 됐다.

이어 올해 1월 1일 이란 정부는 생필품 수입에 적용하던 달러당 4만2000리알의 고정 우대 환율 제도를 폐지하고 소비자 직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환차익을 노린 수입업자 보조금 악용을 차단하고,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돌리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우대 환율 폐지는 사실상 수입 단가 상승을 의미했고, 곧바로 식료품과 의약품 가격 인상 기대를 자극했다. 이는 상인들까지 대거 시위에 가담하게 된 배경이 됐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를 "리알화 급락이라는 단기 충격이 '원유 의존·이중 환율·보조금 구조'라는 장기적 취약성과 결합해 폭발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전환되는 전형적인 경로가 이란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원유 의존·보조금 체제…외부 충격 취약 구조

이란 경제의 근본적 취약성은 구조적 요인에 있다. 단기적 환율 충격이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경제 구조의 균열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는 해석이다.

우선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란은 재정 수입의 약 25%, 전체 수출의 약 40%를 원유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재정과 외화 유입의 핵심이 원유인 셈이다.

2602191058286200.jpg이란의 원유 수출량 추이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6.02.19 [email protected]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이후, 하루 약 300만배럴에 달하던 원유 수출은 100만배럴대 이하로 급감했다. 이후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상당 부분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제3국을 경유하는 '그림자 선대' 방식에 의존하는 비공식 거래로 추정된다. 외화 유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 구조다.

또 하나의 구조적 취약성은 이중 환율제다. 이란 정부는 생필품·의약품 등 필수재 수입에 우대 환율을 적용해왔다. 한때 달러당 4만2000리알의 고정 환율을 적용했고, 이후에도 우대 환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유지해왔다.

문제는 시장 환율과 정부 환율 간 괴리다. 환율 격차가 벌어질수록 환차익을 노린 왜곡이 발생하고, 정부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화폐 가치가 하락할수록 보조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에너지 보조금 역시 재정 압박의 핵심 요인이다. 이란의 에너지 보조금은 연간 약 300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에너지 보조금의 약 1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휘발유와 전력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대신 정부가 그 차액을 떠안는 구조다.

이런 보조금 체제는 단기적으로 민생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유가 하락과 제재 심화가 겹치면 재정이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란의 재정수지는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4%까지 확대됐다.

2602191058136660.jpg이란의 월별 환율 추이 및 국제유가 추이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6.02.19 [email protected]

더 큰 문제는 '손익분기점 유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기준 이란의 재정균형 유가를 배럴당 124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50~6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유가가 유지된다면, 원유를 팔수록 재정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외환 보유액도 제재 복원 이후 급감했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뒤 일부 회복했지만, 과거 수준까지 올라서지는 못했다. 외환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환율 방어와 수입 보조를 동시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핵협상 재개…'제재 완화' vs '군사 긴장' 갈림길

이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미·이란 핵협상 타결을 통한 합법적 원유·가스 수출 재개와 외화 확보가 경기 침체를 타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긴축 재정과 보조금 축소 외에 뾰족한 해법이 없으며, 통화 방어를 위한 외환 여력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제재 체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구조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2월 초 오만에서 재개된 미·이란 회담은 사실상 이란 경제의 방향성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탄도미사일 사거리 축소 ▲중동 내 친이란 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인권 문제까지 협상 의제로 올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2602191100341650.jpg[AI 일러스트=김기랑 기자] 2026.02.19 [email protected]

반면 이란은 이번 협상을 '핵 프로그램' 문제로만 한정하려는 입장이다. 탄도미사일과 역내 영향력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협상 의제 자체에서 양국 간 간극이 큰 구조다.

보고서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제재 완화와 함께 합법적인 원유 수출 경로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외화 유입 정상화와 환율 안정, 재정 여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란의 재정균형 유가가 배럴당 124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물량 회복 자체가 재정 안정의 핵심 변수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거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리스크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이 통과하는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군 전략 자산을 배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담 직전 미군이 자국 함정에 접근한 이란 드론을 격추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이어졌다.

결국 이번 핵협상은 '제재 완화를 통한 점진적 정상화 경로'와 '협상 결렬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 충격'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란으로서는 양극단의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셈이다. 이란 내부의 경제 위기가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정치·안보 의제가 결합된 협상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 한국, 이란 변수 '양면 시나리오' 전략 대비해야

이란 변수는 한국 경제에도 단선적인 충격이 아니라 복합적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와 통상, 금융, 공급망이 동시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에너지 가격 리스크'가 지목된다.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표는 국제유가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공급 차질이 없더라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유가에 반영될 수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 소비자물가 압력 확대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 역시 악화 압력을 받을 수 있고, 환율 변동성 확대까지 겹치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2602181135309900.jpg[AI 일러스트=권지언 기자]

반면 '제재 완화 시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핵협상이 부분적으로라도 타결돼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완화될 경우, 이란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다시 열릴 수 있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 규모의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인프라·에너지·제조업 부문에서 투자 수요가 크다.

과거 한국 기업은 플랜트·건설·석유화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제재가 완화되면 인프라 재건과 정유·가스 개발, 산업 설비 교체 등에서 협력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소비재·자동차·가전 등 내수 시장 진출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한국은 '지정학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란 사태는 단순히 한 국가의 정치 불안으로 보기 어렵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글로벌 공급망과 해상 운송, 보험료 상승, 금융시장 위험 회피 심리 확대 등으로 연쇄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와 해상 물류가 동시에 흔들릴 경우, 원자재 가격·환율·주가 변동성이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은 정책적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병행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비해 산업·통상 전략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반대로 중동 불안이 재점화될 경우를 가정해 에너지 수급 다변화와 환율 안정 장치, 공급망 대응 계획 등을 동시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란 사태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 경제 역시 이런 양면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한 줄 요약

이란의 통화 붕괴와 구조적 취약성이 중동 리스크를 키우는 가운데, 한국은 '제재 완화 기회'와 '유가 급등 위험'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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