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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성장 절벽] ① 사라진 기초체력…'피크 코리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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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김기랑 기자 =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내수부진과 수출둔화 그리고 산업생산 저하까지 주요 성장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구조적 저성장 국면 진입을 알리는 신호들이 속속 포착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 코리아' 현상이 나타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 韓 기초체력 붕괴…내수·수출·대외 전방위적 '마이너스' 신호

올해 한국 경제는 뚜렷한 내리막에 들어섰다. 각종 경제 지표가 하락하며 기초체력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수·수출·투자 어느 하나 예외 없이 부진을 겪고 있다. 성장의 뿌리로 여겨졌던 건설업조차 급감하면서 그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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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산업활동지표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했다.

제조업 중심의 광공업 생산이 0.9%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도 0.1% 감소해 뒷걸음질 쳤다.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9% 감소하며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눈에 띄는 건 건설업 생산의 급감이다. 건설업은 1년 전보다 20.5% 추락하며 전체 지표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착공과 수주 모두 줄어들면서 업계 전반이 위축됐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지금 한국 경제는 경기 측면에서 봤을 때 실물경제, 특히 건설업이 가장 좋지 않고 그다음이 내수"라고 지적했다.

기업 체감경기 역시 꺾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대미 수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0.5포인트(p) 하락한 90.2를 기록했다.

여기에 수출 날개마저 제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3% 감소한 572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수출 감소는 지난 1월(-10.1%) 이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다행히 반도체 수출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대미수출은 8.1% 감소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트럼프 정부의 고강도 관세조치가 이어지면서 공급망 불확실성이 한국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실물경제 흐름은 시장에도 불안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을 중심으로 과열 현상이 벌어지면서 통화정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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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26 [email protected]

다만 이재명 정부는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3.0%로 설정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로 활용했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국민총생산성장률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잠재성장률은 곧 경제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장밋빛 전망'이라고 비판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1.5%로 낮췄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 3.0%이라는 수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며 "이 '어떻게'를 달성할 수 있는 대책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들어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한국 경제는 6~7년 전부터 장기 저성장에 접어들었다"며 "지금 잠재성장률이 2.0%도 안 되는 상황인데, 3.0%는 매우 힘든 수치"라고 평가했다.

◆ 韓, '피크 코리아' 현실화…"친성장적 정책 나와야" 조언

한국 경제를 저성장 궤도로 밀어 넣고 있는 건 고령화, 생산가능 인구 감소,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다.

이중 산업구조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고 있으며,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AI, 바이오, 탄소중립 분야 투자는 초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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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역시 한국 경제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연평균 30만명씩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접어들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하며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 불안을 고착화하고 있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한국 산업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로 인해 한국의 에너지 수입 취약점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들이 단기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 노동, 소비 등은 단기간에 풀어나갈 수 없는 과제일뿐더러 전쟁과 갈등,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의제다. 과거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던 고속 성장은 더 이상 반복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번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일본과 똑같이 가고 있다. 이걸 빠져나오려면 미국을 봐야 한다. 미국도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산업정책을 통해 다시 성장을 시작했다"며 "미국의 사례를 보고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성장을 높일 친성장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건 고무적"이라며 "새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기존에 성장력이 약해진 부분들을 찾아 다시 동력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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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2025.04.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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