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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성장 절벽] ② 李 정부 첫 경제성장률 전망은…1%대 vs 0%대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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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이정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처음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공식 수치인 만큼, 단순한 전망치를 넘어 새 정부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을 드러내는 첫 메시지로 평가된다.

정부는 현재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경기 반등을 꾀하고 있는 상황으로, 기존 수준인 1%대 전망을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주요 경제 연구기관과 전문가 등은 성장률이 1%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론을 제기한다. 이례적인 경제 복합위기 속에서 정부가 낙관적 수치를 제시할 경우, 현실 인식과의 괴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李 정부 첫 성장률 발표…시장 불안 관리 vs 과한 낙관 경계 '줄타기'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202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연초와 6월 말 등 연간 두 번에 걸쳐 그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내용으로는 해당 연도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과 주요 과제,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포함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발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단순한 연례 계획을 넘어, 새 정부가 어떤 경제 기조를 설정하고 어느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지를 대내외에 처음으로 공식화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향후 재정·통화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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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26 [email protected]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망치(2.1%)와 비교하면 0.3%포인트(p) 내려 잡은 수치다. 당시 정부는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 증가세가 약화됨에 따라, 올해에는 전년보다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올해 상반기를 거의 마무리할 즈음, 우리 경제 상황은 정부의 초기 예상보다 더욱 악화됐다. 수출 회복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내수는 고물가·고금리·부동산 침체에 가로막혔다. 여기에 제조업 가동률 하락과 소비심리 위축, 고용 둔화 조짐까지 겹치며 성장 동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상황이다.

이에 주요 기관들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조정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떨어뜨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5월 내놓은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기존 전망치(1.6%)의 절반 수준인 0.8%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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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다른 기관들도 ▲아시아개발은행(ADB) 2.0%→1.5%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암로·AMRO) 1.9%→1.6% ▲한국은행 1.5%→0.8% 등 연이은 하향 조정에 나섰다. 특히 KDI와 한은 등은 기존 1%대에서 0%대로 크게 내려 잡았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1.8%의 전망치를 0%대로 내려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발표되는 첫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만큼, 지나치게 비관적인 수치를 내놓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해, 이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 의지도 전망치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나치게 낮은 전망치는 시장 불안이나 정책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과도한 낙관은 현실 인식 부족이란 비판을 살 수 있어 양 위험 요인 사이의 '줄타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 전망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이재명 정부가 한국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문가들 1% '턱걸이' 예상…"성장 친화 정책 담기면 0%대 극복 가능"

전문가들도 올해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적게는 0.7% 수준을 예상하는 한편, 최대로 끌어올려도 1.0%의 턱걸이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이들은 추경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그 영향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추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경제성장률이 0.1%p 정도는 늘어날 수 있다. 단 1%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7%에서 0.8%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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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1%대를 넘지 못할 경우 그 이하 수치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 다 저성장인 셈"이라며 "수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어떻게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의 경기 진작 효과를 감안하면 1%대 턱걸이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다만 이는 정부가 제시할 성장 친화적 정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추경에 담긴 일회성 소비쿠폰 사업 등 재정 지출이 수치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민간 투자나 생산 확대 등 실질적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2차 추경 효과까지 더하면 0.9%에서 1.0%를 예상한다"며 "단 경제정책방향에 성장 친화적인 정책이 얼마나 담겼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뛰어난 성장 친화적인 정책을 포함했을 경우 0%대 성장은 극복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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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2023.03.16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저조한 경제성장률이 현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의 경기 둔화가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긴축, 미·중 분쟁, 전 정부의 정책 공백 등 복합적인 외부·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 인식 위에서, 새 정부가 향후 어떤 정책 기조를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관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0.8%에서 최대 1.0%를 고민하겠지만, 만약 0%대를 발표한다고 해도 이전 정부의 잘못이 크다"며 "그렇다고 이전 정부의 탓만을 해서는 안 된다. 현 상황을 인정하고 투자하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도 "이전 정부에서 부진했던 경제 상황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격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가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상황이 나빠서 올해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 연간 성장률은 0.8%까지는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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