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모자라는 GTX B·C 노선…개통 장기 지연에 신도시 조성도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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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향한 '급행열차'로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C 노선의 착공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공사 시작을 위한 자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해서다. 정부가 제시한 이들 노선의 준공 일정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3기 신도시 교통망 구축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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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수도권 급행광역철도)-B·C 노선 자금조달 타임라인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물가는 올랐는데 특례 적용은 불가… 투자자 구하기 '하세월'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식을 진행한 GTX-B·C 노선의 착공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천 송도부터 남양주 마석(연장 82.8㎞)을 연결하는 GTX-B 노선은 민자구간(상봉~마석)과 재정구간(용산~상봉)으로 나뉜다. 민자구간 사업 시행자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다. 지난해 3월 착공식 당시 2030년을 개통 목표로 내세웠으나 올해 5월이 돼서야 난 올해 5월에서야 민자 구간(인천대입구∼용산, 상봉∼마석) 착공 보고서 제출과 함께 공사가 시작됐다.
총사업비 4조2894억원 중 3조4000억원가량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하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고금리 장기화 등 각종 변수가 이어지며 자금조달 과정에서 애를 먹어왔다. 지난해 말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건설이 C 노선 사업 집중을 이유로 13%를 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DL이앤씨와 롯데건설 사업성을 이유로 컨소시엄 탈퇴를 결정했다.
설상가상 지난해 말부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고려했던 맥쿼리자산운용이 갑작스레 불참 의사를 전달하면서 주간사인 대우건설은 부랴부랴 대체자 탐색에 나섰다. IBK기업은행 등이 언급된 가운데 대우건설 측은 금융 조달 시기를 최대한 당겨 착공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융 조달 관련해 협의 중인 사항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나머지 구간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C 노선은 더 막막하다. 경기 양주시 덕정역에서 청량리역, 삼성역을 통과해 수원역까지 86.46㎞를 연결하는 이 철도는 지난해 1월 말 착공식을 마쳤으나 공사비 문제가 협의되지 않아 착공 일자가 미지수다.
재정구간이 있는 B 노선과 달리 C 노선은 전 구간 민간 사업자가 완공 후 운영 수익을 챙기는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실시협약 당시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 모집이 힘들어졌다. 총사업비(4조6084억원)가 2019년 12월에 고정 결정됐기 때문이다.
출자전용 특별인프라펀드 운용사인 산은인프라자산운용도 C 노선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했다가 지난달 발을 빼면서 착공과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 특별인프라펀드는 자본금 부족으로 착공이 미뤄졌거나 불가했던 민간투자사업의 빠른 추진 등을 지원하고자 기획재정부가 올 초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자사업 정책펀드로, 총 2000억원 규모다.
당초 C 노선은 주요 투자 대상에 포함됐으나 최종 결정에선 제외되면서 민간 투자를 통해 거액을 다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간사인 현대건설은 국토부에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조정이 쉽지 않다. 기재부의 물가특례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서다.
물가특례 제도는 BTO 사업에서의 공사비 상승분의 일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도입해다. 2020년 12월 31일 이전 불변가격 기준으로 총사업비 대비 최대 4.4% 이내의 금액을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10월 3일 이전에 실시협약이 체결된 사업은 특례를 받을 수 없다. 특례 적용 시 늘어나는 사업비는 약 2000억원 규모다.
문제는 물가특례 예외 적용 여부의 결정권자가 기재부라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꾸준히 기재부에 물가특례 확대 적용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유의미한 결정이 내려지진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새로 임명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GTX 정상 개통 추진 의지가 엿보이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힘을 써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호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투자사업 내 공사비 등의 현저한 물가변동 판단 기준은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기간 중 보조금 증액 지원 기준, 증액 대상 규모 산정 방식, 준공시점의 정산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물가특례 외에도 다양한 공사비 증액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서 내부에서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민자사업 제도 자체가 기재부 소관인 데다 총사업비 증액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을 거쳐야 해서 원만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개통 지연 없다던 국토부, 입장 바뀌었다…"개통 일자 추후 조정"
지난해 8월까지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자신했던 국토부도 개통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했다. 당초 B 노선은 2030년, C 노선은 2028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착공도 못한 현 시점에선 얼만큼 지연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목표를 달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우선 착공을 하고 추후 목표 시기를 다시 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도건설 사업의 특성상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문화재 발굴이나 민원 발생,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예상치 못한 공기 지연이 발생하는 일이 잦다. 업계에선 실시계획상 공사 기간이 각각 72개월과 60개월인 B·C 두 노선이 착공하더라도 완전 개통 시기는 빨라야 2031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민자 구간의 자금조달 지연으로 인한 착공 연기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정부 관련 절차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애초 국토부가 제시했던 연차별 재원 투입 계획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GTX 개통이 늦어지면서 3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에도 지장이 생길 전망이다. 3기 신도시 남양주왕숙 지구에 들어설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선(강동하남남양주선)과 경춘선 왕숙역(가칭)에 B 노선이 연결된다. C 노선은 평택지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등을 지난다.
1기 신도시 개발 당시 규모가 큰 일산과 분당은 모두 지하철 연장선이 계획됐으나 입주 3~4년 이후 개통돼 입주 초기 신도시 주민의 불편이 가중됐다. 2기 신도시에서는 교통대책이 더 늦게 진행됐다. 2기 신도시 자체가 1기 대시 서울과 더 먼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승용차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입주 이후 김포골드라인 등의 철도가 개통되긴 했으나,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혼잡도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박경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부원장은 "대중교통 체계는 단위지역별 인구 규모에 따라서 적정한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도록 마련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현실화된 적이 드물었다"며 "신도시 입주 초기에 대중교통 서비스 공급방안을 마련해 인구 유입 수준에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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