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세제개편]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강남 키즈' 혜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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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신설한 초등 저학년(1~2)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제도가 공공 돌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이번 세제지원 혜택은 이른바 '강남 키즈'를 양육하는 고소득층에 돌아가고, 강남 8학군에서 시작된 예체능 사교육 열풍을 정부가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 태권도장 학원비 월평균 30만원 지출 가구, 45만원 돌려받아
3일 기획재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자녀가 태권도장이나 줄넘기학원 등 예체능 학원에 다니면 학부모는 해당 학원비를 교육비로 인정받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제율은 15%, 공제한도는 300만원이다. 만약 월평균 30만원의 태권도장 등 예체능 학원비를 지출하는 가구라면 연간 약 45만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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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육비 세액공제 제도는 근로자·성실사업자 등이 본인과 기본공제대상자(나이 제한 없음)를 위해 지출한 교육비 15%를 세액공제 해줬다.
교육비의 경우 취학 전 아동의 유치원·어린이집 수업료, 학원과 체육시설업자에게 지급한 교육비만 인정됐다. 초·중·고등학생은 수업료, 입학금 등 공납금이나 방과후학교 수업료 및 교재비 등 공교육 교육비만 적용됐다.
정부가 예체능 학원비를 교육비로 인정하기로 한 주된 근거는 바로 예체능 학원이 돌봄 공백을 대체한다는 점이다.
수업이 일찍 끝나는 초등 1~2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는 태권도장이나 줄넘기, 발레, 수영 등 예체능 학원을 방과 후 돌봄 대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같은 경우 여전히 돌봄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여러 부분을 감안해 예체능 학원비를 교육비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초등 저학년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제도로 인한 세수감소는 연간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 초등 1~2학년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 80%…서울 등 수도권↑
그러나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제도가 사교육 수요를 자극해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예체능 사교육비는 6조95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예체능 사교육비는 16만3000원으로 전년 보다 8.7% 상승했다.
특히 초등학생 1~2학년의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은 각각 79.3%, 82.3%로 국어·수학·영어 등 일반 교과 사교육 참여율을 훨씬 웃돌았다.
대전 서구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세액공제는 '어차피 돌려받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해 학부모들이 학원을 1~2개 더 추가하려고 할 것"이라며 "초등 저학년의 경우엔 심야 시간대 체육학원이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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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 DB] |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는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로 역진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세액공제는 납부한 세금이 있어야 돌려받을 수 있다. 소득세 과세표준이 낮은 저소득층은 공제 혜택을 적게 받거나 아예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산층 이상 가구는 월 30만원 이상으로 학원비를 꾸준히 지출할 수 있어 공제혜택을 상대적으로 크게 누리게 된다.
지난해 월평균 300만원 미만 소득인 가구의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은 34.2%지만, 800만원 이상 가구의 참여율은 51.4%로 절반을 넘는다.
강남·서초 등 부유층 밀집 지역에 자리한 학군에서는 예체능 사교육을 일찍 시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강남 키즈들은 수행평가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줄넘기 학원을 예약하기도 한다.
작년 서울 지역의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은 51.8%였는데, 광역시는 45.4%로 6.4%포인트(p) 내려간다. 읍면지역은 40.6%로 서울과 읍면지역 격차는 11.2%p까지 확대된다.
예체능 학원비 공제 확대가 돌봄 공백 해소라는 정책 목적에 맞는 해법인지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정책은 단기적으로 맞벌이 가구의 돌봄 비용을 경감할 순 있겠지만, 사교육 시장 확대와 학원비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서울 및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격차 논란까지 고려하면, 공공 돌봄 강화와 초등학교 예체능 교육 지원 정책을 병행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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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 [사진=뉴스핌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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