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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코스닥 기업들 '중국 현지화' 다시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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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우리나라 화장품(K-뷰티) 기업들이 중국 시장 재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장기간 위축됐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중국 진출 전략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화장품 소비가 반등 조짐을 보이자 국내 기업들은 현지 인증, 디지털 유통, 병의원 중심 유통채널 확보 등 맞춤형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중국 소비시장 내 K-뷰티 입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간 규제 협력도 속도를 내면서 시장 진입을 가로막았던 위생허가 등 제도적 장벽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브랜드 신뢰 회복, 제도 안정성 확보, 디지털 소비 확대가 맞물리며, K-뷰티의 중국 내 입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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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

◆ "온라인·D2C·현지 인증까지"…코스닥 기업 전략 다각화

6일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1~6월)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2291억 위안(약 44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전년 대비 4.4% 증가하며 회복 흐름이 두드러졌다. 6월에는 일시적으로 2.3% 감소했지만 상반기 누적 성장률은 플러스 흐름을 유지했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성장도 눈에 띄며 같은 기간 온라인 화장품 판매는 8.5%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내 K-뷰티 기업들의 전략도 디지털 전환과 현지화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청담글로벌'은 자회사 바이오비쥬를 통해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스킨부스터 '칸도럽'과 필러 '코레나'를 주력으로 하며, 지난해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67%에 달했다. 징동닷컴, 티몰 같은 기존 플랫폼 외에도 도우인(抖音), 콰이쇼우, 샤오홍슈 등 숏폼 기반 유통 채널 확장을 통해 D2C 직거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신뢰도가 중시되는 만큼 도매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판매 구조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헝셩그룹'은 자회사 에이치에스뷰티를 통해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에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5개였던 브랜드 수를 현재 30개로 늘렸으며, 위생허가 지원 및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대형 브랜드 중심의 과거와 달리, 기술력 있는 중소 브랜드가 주목받는 시대"라며 "한한령 해제 기대 속에서 K-뷰티의 제2 전성기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모아라이프플러스'는 자사 브랜드 '닥터스 PGA'로 더우인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티엔윈그룹과의 협약을 통해 폴리감마글루탐산 화장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11월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를 기점으로 매출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플러스'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에 위치한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보닉스(BonyX)' 브랜드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GMP 인증을 획득하면서 초기에는 화장품 판매부터 시작하고, 이후 히알루론산 필러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플러스 관계자는 "우선 화장품 부문에서 생산과 판매가 가능해, 현재 판매처를 선별하고 있다"며 "연내 시장 개시를 목표로 수익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는 중국 시장에서 인증 관련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국 내 임상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를 해주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진출을 본격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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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화장품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병·의원 네트워크 강화…'의료미용기기·더마' 기업도 진출 확대

의료기기 및 더마코스메틱(Dermacosmetic·의약 기반 화장품) 전문기업들도 중국 내 병의원 채널을 중심으로 현지 전략을 강화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클래시스'는 고주파 장비 '볼뉴머'와 리프팅 장비 '슈링크'를 앞세워 중국 병의원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볼뉴머는 오는 2026년, 슈링크 유니버스는 2027년부터 중국에서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병원 파트너십 확대와 함께 홈케어 라인업 개발도 병행 중이다. 지난해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 대표단은 클래시스를 방문해 중국 미용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파마리서치'는 대표 제품인 필러 '리쥬란'을 앞세워 의료기기와 더마코스메틱 제품을 병행 수출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유통채널을 활용해 화장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병의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유통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쥬란을 포함한 스킨부스터 제품의 아시아 시장 수요가 확대되면서 의료기기 부문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8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은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수출 물량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엘앤씨바이오'는 중국 대형 제약사와의 합작사 '에버엘앤씨'를 통해 인체조직 기반 화장품 원료 및 의료기기 시장을 동시 공략 중이다. 회사는 중국 쿤산에 약 7100평 규모의 GMP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메가카티'를 비롯해 '메가덤 소프트', '메가큐어', '메가디비엠-S', '메가아디포 ECM', '메가덤플러스' 등 중국 특허를 취득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중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엘앤씨차이나를 지분 100%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올해 중국 매출 2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오는 2030년에 중국 내 매출 1조원 달성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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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 식약처-中 NMPA 규제 협력 '청신호' vs "여전히 리스크 존재"

중국 화장품 시장의 규제 환경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며, 제도적 진입 장벽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은 '신화장품감독조례'를 전면 개정해 위생허가 등록을 의무화하고, 동물대체시험자료 제출 기준 등을 강화하면서 외국 브랜드의 진입 허들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험자료 인정 범위 확대, 절차 간소화 등 일부 유연화 조치가 감지되며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과 국장급 회의를 열고 화장품 표시, 안전성 평가 등 기술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오는 9월에는 추가 회의를 통해 '안전성 평가자료 제출 간소화' 등 실질적인 규제 조화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지난 7월 국제 화장품 규제조화 협의체(ICCR) 제19차 연례 회의에도 참석하며 글로벌 인증 대응 및 수출 지원 체계 확대에 나선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제도 개선 흐름과 소비 트렌드 변화가 맞물리며 K-뷰티의 구조적 반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K-뷰티의 핵심 경쟁력은 '가성비'와 '혁신성'으로, 이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가치형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빠른 회복세를 이끌 수 있다"며 "올해는 중소형주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등 대형주 반등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적 완화 조짐에도 중국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위생허가 및 인증 리스크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진출 타이밍을 신중하게 조율 중"이라며 "일부 기업은 인허가를 완료하고도 실제 제품 출시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비 트렌드 변화도 K-뷰티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브랜드의 빠른 성장과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국내 브랜드들이 과거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및 유통 관행 문제도 지속적인 리스크로 지적된다. 코트라(KOTRA) 기고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는 상표 선점, 위조품 유통, 유통망 통제 등 지식재산권 관련 문제가 여전히 만연하다"며 "이로 인해 K-뷰티 브랜드들이 진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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