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속살] 美 반도체관세 기업별 차등적용…'최혜국 대우'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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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100% 부과'를 예고하면서 정부와 업계는 또다시 숙제를 떠안았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 받았다"면서 성과의 하나로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기업 무관세' 방침을 제시하면서 '최혜국 대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통해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는 실정이다.
◆ 美, 기업별 차별관세 적용…"최혜국대우 보장" 무용지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칩과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거나, 이미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라면 관세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애플의 1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한 내용이다.
그간 미국 정부는 상호관세과 품목관세 크게 2개의 축으로 관세를 제시했다. 반도체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로서 지난 7일부터 적용된 상호관세와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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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런데 반도체 품목에 대해서는 대미 투자 여부에 따라 기업별로 차별화하겠다는 것. 이른바 '기업별 관세'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반도체·의약품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 받았다"면서 한미 관세협상의 성과로 강조해 왔다. '최혜국 대우'는 경쟁국 대비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적용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언급한 대로 투자 여부에 따라 기업별로 관세가 차별화될 경우 정부가 성과로 꼽은 최혜국 대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의 세부규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대미 투자 여부에 따라 관세가 결정된다면 이는 사실상 기업별 관세고, 정부가 성과로 꼽은 최혜국 대우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반도체 관세 100% vs 0%…트럼프 입맛대로 '고무줄'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미국 정부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선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미국에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 국가에는 혜택을 주겠다는 것 아니겠다"고 설명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가 100% 관세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반도체·바이오 분야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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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미 FTA가 사문화되고 관세가 트럼프의 입맛대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또 어떻게 뒤집힐지 모를 일이다.
대미 투자의 기준도 모호하다. 과거 바이든 정부시절 결정한 투자도 인정해 줄지, 신규 투자규모를 얼마 이상으로 규정할지도 관건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약 3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약 38.7억달러 규모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패키징 및 R&D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재임 이후 신규 투자를 기준으로 삼겠다면서 투자 확대를 요구할 경우 또 다른 얘기가 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리쇼어링(국내 복귀) 아니겠냐"면서 "애플의 경우처럼 신규 투자나 투자규모 확대를 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산업부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투자 진도율이 아직 절반도 안 된다"면서 "이 역시 트럼프 정부에서의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품목관세와 관련 세부규정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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