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만 잔칫집?"...SK그룹의 속 타는 속사정
컨텐츠 정보
- 8 조회
- 0 추천
- 목록
본문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이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에 나섰다. 이번 갈등은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을 넘어,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복잡한 속내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실적이 악화된 주력 계열사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SK하이닉스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듯한 구도는 그룹 차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8일 SK하이닉스 노조가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2025.08.08 [email protected] |
◆성과급 기준 놓고 노사 '평행선'
8일 SK하이닉스 이천·청주·사무직 3개 노조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PS) 기준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6일 청주에서 올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내걸고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PS 지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재원'의 해석 차이가 갈등의 쟁점이다. 노조는 약속한 대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이고, 사측은 영업이익의 10%라는 재원 내에서 초과분 등 지급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에만 16조6534억원의 영업이익을 쌓았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연간 영업이익은 37조원에 달한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10%로 책정하면 3조7000억원 상당이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1700%+α 안에 대해 "초과 재원의 절반을 연금·적금 형태로 지급하고, 나머지 50%의 지급 기준도 불투명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상한(기본급의 1000%)을 크게 올린 만큼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날 상경 집회를 통해 이번 사안을 그룹 차원에서 해결과 책임을 지도록 압박했다. 서린빌딩에는 SK하이닉스 사무실은 없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지주사인 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온, SK E&S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서린빌딩은 그룹 경영의 상징인 만큼, 노조가 이곳에서 집회를 연 것은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해석된다.
![]() |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8일 SK하이닉스 노조가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2025.08.08 [email protected] |
◆실적 양극화 속 성과급 갈등, SK그룹 고민 깊어져
문제는 그룹 내부 상황이다. 2분기 실적을 보면 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타고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다른 주요 계열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9조3066억원을 올렸지만 유가·환율 하락과 재고평가 손실 등으로 41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뼈아팠다. SK온을 포함한 배터리 부문이 통합 기준 609억원 흑자로 전환하며 일부 선방했지만, 전체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텔레콤도 매출 4조3388억원, 영업이익 33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9%, 37.1% 감소했다. 지난 2분기 발생한 해킹 사고로 대규모 유심 교체, 대리점 손실 보상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을 크게 깎아먹었다. AI 데이터센터·AIX(AI 전환) 사업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지만, 단기 실적 반등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그룹 내 다른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 노조의 요구를 바라다보는 그룹의 시선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 노조는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적립기금 66억원을 전액 투쟁기금으로 전환했고, 오는 12일 2차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사측은 교섭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정 계열사의 초과 보상은 다른 계열사의 상대적 박탈감과 노사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는 SK하이닉스와 다른 계열사 간 성과 보상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