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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회장, 美 지분 압박에 방미 전 숙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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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경제사절단으로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커다란 숙제를 안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 지분 확보를 공식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한 지분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보조금 78억6000만 달러(약 10조6000억 원)를 받는 대가로 시가총액의 10%가량에 해당하는 지분을 미국 정부가 취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보도는 대상 기업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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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맞은 편 가운데) 대통령이 19일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방미 경제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 성격을 넘어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텔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이해충돌을 이유로 직접 해임을 요구한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삼성과 SK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투자와 경영 전략 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방식이 적용될 경우 지분 확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과 관련해 약 47억5000만 달러(약 6조6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이를 19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414조 원)에 단순 대입하면 약 1.6%의 지분에 해당한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적용한 방식을 한국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SK하이닉스 역시 유사한 비율로 지분 확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우리기업의 지분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지 법인이나 미국 내 공장의 지분을 겨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나 SK하이닉스 패키징 투자법인 등이 실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이재용·최태원 두 총수의 방미 일정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순방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과 맞물려 있어, 경제사절단의 방미 메시지는 양국 간 협력 강화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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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특히 이 회장은 최근 애플과 테슬라로부터 반도체 수주에 성공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주 물량은 대부분 현지 생산라인에서 공급하기로 해 미국 투자 성과를 구체화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 확보 검토가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도체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공급망 안정과 국가 안보까지 직결돼 있다. 미국 정부가 단순히 보조금 지급 차원을 넘어 지분 확보까지 나선 것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 반도체를 완전히 자국 통제권 안에 두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는 이미 수십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제는 경영권까지 간섭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내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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